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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과학] 고래가 가는 곳

seungjin.ll 2023. 1. 8.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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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가 가는 곳 | 리베카 긱스 - 교보문고

고래가 가는 곳 | 지구상 가장 거대한 생물 우리가 모르는 고래의 세계★★★ 앤드류 카네기 어워드 2021 논픽션 수상작 ★★★ Kirkus 논픽션 2020 최종후보 ★★★ PEN/E.O. 윌슨 Literary Science 어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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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서 기간. 2022. 8. 31(추정) ~ 2022. 12. 27
  • 리베카 긱스 | 배동근 옮김
  • 바다출판사
  • 직접 구매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배경에는 개인적인 이유가 있다. 이 책을 번역한 배동근 선생님과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데 스승의 날 오랜만에 안부 메일을 드렸을 때 선생님께서 번역 소식을 알려주셨다. 답변 메일에는 출판문화 대상 번역 부분 후보작 10권 안에 드셨는 수줍은 자랑도 적혀있었다.

 

선생님께서 이 책을 읽어보라며 권한 것도 아니고 주신 것도 아니지만 예전 영어 선생님으로서 내가 굉장히 존경하던 분이었기에 — 그리고 여전히 지금도 가장 좋아하는 선생님이기에 — 기대를 품고 책을 구매했다. 책 내용에 대해 감상평을 쓰기 전에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을 가볍게 이야기해보자면 책 속에서 선생님의 문장이 느껴지는 듯하여 매우 반가웠다. 여전히 나는 선생님의 영어를 그리워하고 있다. 메일을 받았을 때 또 다른 책을 번역하고 있다고 하셨는데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사실 장르도 뭔지 모르고 오로지 개인적인 이유로 이 책을 구매했기에 좀 더 궁금했었다. 그리도 다른 책들과 다르게 옮긴이의 말부터 읽어보았다. 그리고 책을 다 읽은 후에 다시 한 번 읽어보았다. 처음 읽었을 때 보다 그 글이 더 와닿았다.

 

이 책은 인간의 욕심과 환경 문제를 고래의 모든 것과 엮어 풀어내었다. 환경과 관련된 책은 처음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너무나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내용들이 많았다. 아주 조금 과장을 보태어 말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나에겐 충격적으로 다가왔고 인간이 벌인 일들에 대해 화가 났다. 그리고 작가가 결론적으로 말하고 싶었던 희망에 대해서 나도 같이 묻고 싶어졌다.

 

누군가에겐 조금 지루할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은 생각보다 고래에 대해 생물학적으로 자세한 내용이 적혀져 있다. 또한 역사나 그 외 과학적 현상들에 대해서도 꽤나 자세히 다룬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부분이 오히려 흥미로웠다. 생각보다 이런 내용을 좋아하는구나 싶었을 정도였다.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직접 볼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고래를 신비로운 동물로 여기고 나 또한 그랬다. 하지만 고래에 대해 찾아보거나 알아볼 생각은 전혀 해본 적이 없었다.

 

첫 챕터부터 해안가에 밀려 온 고래를 바라본다. 문득 고래는 포유류인데 왜 해안가에 밀려와서 죽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숨은 쉴 수 있으니 다시 돌아가게만 해준다면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그런 문제가 아니었다. 내가 궁금증을 갖고 메모를 해두며 다음 페이지를 보니 그 궁금증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그들은 왜 이렇게 고통스럽게 죽어갈 수밖에 없을까.

 

고래는 생각보다 더욱 멋있고 아름답고 경이로운 생물이었다. 나는 '고래 낙하'라는 말을 처음 들어보았지만 그들의 죽음 조차 이렇게 멋있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 소름이 돋았다. 단 한 번도 어떤 생물의 죽음이 다른 생명에 막대한 영향을 준다는 것을 생각해본 적 없었지만 고래는 그 존재 자체로써 다양한 생물들의 거대한 자양분이 되었다. 당연하게도 고래가 아닌 다른 생명들도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겠지만 고래의 삶은 생각보다 더욱 놀라웠다. 굉장히 인상적이었던 내용 중 하나는 고래 낙하로 인해 고래가 깊은 해저로 끌고 들어가는 탄소의 양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이었다. 고래의 삶에서부터 죽음까지 매 순간 다른 생명체들에게 아름다움과 이로움을 제공해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인간은 정말 한 순간이라도 다른 생명체를 진정으로 존중하고 있을까.

 

40톤의 고래 사체는 평균적으로 2톤 정도의 탄소를 해저로 옮긴다. 그 정도의 탄소를 다른 방식으로 해저에 쌓으려면 2천 년이 걸린다.

고래 한 마리는 탄소 흡수에서 1천 그루 이상의 나무보다 다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가디언>의 조지 몬비오는 고래를 '부작용 없는 탄소 포집기'라고 불렀다.

'한 세기 동안 잡은 고래를 환경적 영향으로 환산하면 약 856억 평의 숲을 태운 것에 해당한다'

 

인간과 고래는 굉장히 멀리 떨어져 있다고 생각했지만 두 생명체는 생각보다 많은 영향을 주고받고 있었다. 이것은 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 모두 해당된다. 인간이 사용한 비닐 하우스, 어떤 물건에 붙어있던 상표, 구매한 물건의 포장재. 우리가 쓰레기를 버릴 때 그곳에 있을 것이라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곳에 쓰레기는 존재했다. 또한 우리의 편리함을 위해 사용하는 것들의 소음들 -- 배의 소음, 탄성파 탐사 등 --은 바다 생물들의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며 청각적 기능이 방향을 잡는데 사용되는 생물들에게는 치명적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플라스틱은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었지만 그것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분해되어 사라졌다고 느낀 것은 그저 잘게 쪼개져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다. 이제 그것들은 많은 생명체의 몸속으로 흡수되고 그것은 다시 우리의 몸속으로 되돌아온다. 미래에는 과학책에서 플라스틱도 순환한다는 것을 보여줄 것만 같다.

 

내가 화가 났던 부분은 비단 환경 오염 뿐만이 아니다.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과거 포경을 했던 시대에 벌어졌던 일들 또한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다. 이번에 개봉한 아바타 2에서 '툴쿤'은 사실상 고래를 표현한 것이라 생각한다. 툴쿤 사냥꾼들은 포경선들을 나타내며, 책에서 읽은 장면들을 실제로 보듯 영화를 보니 실제로 얼마나 더 잔인했을지 더욱 마음이 아팠다. 실제로 고래의 뇌 속의 일부는 굉장히 값 비싸게 팔려나갔고 그들은 배 위에서 해체되었으며 고래잡이들은 큰돈을 벌기 위해 필요 이상으로 고래를 잡기도 했다. 그 이유로 과거 고래의 개체수가 빠르게 사라지게 되었지만 다행히도 포경을 반대하는 움직임 덕분에 어느 정도는 회복할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조금 찔리기도 했지만 공감되었던 부분 중 또 다른 내용은 우리가 소셜 미디어에 올리는 아름다운 자연의 사진들이 오히려 자연을 파괴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아름다운 광경을 보면 어찌할 수 없는 감정에 사로잡힌다. 그 아름다움을 다른 사람들도 느낄 수 있게 하기 위해 사진을 찍고 공유한다. 그러면 그 사진을 본 다른 사람들은 그 광경을 보고 싶어하고 많은 사람들이 그 장소를 찾아간다. 본능적으로 어쩔 수 없는 감정이라고 생각하기에 더욱 모순적인 감정이라고 느껴졌다. 우리는 미디어 속 멋있는 장면을 보고 감동을 받고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 하지만 그 행동이 그 아름다움을 파괴할 수 있다.

 

책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기억하고 싶은 것도, 말하고 싶은 것도 너무너무 많았지만 그래서 지금 고래는 어떻게 되었고 우리는 여전히 이렇게 아름다운 고래를 만날 수 있을지 알고자 하는 마음에 계속해서 읽어 갔다. 그렇다면 이렇게 비관적인 상황에서 과연 희망은 있는가 라고 물었을 때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다른 생명과 만나는 경이로움을 박탈당할지도 모르는 미래에 대해 상상하는 유일한 존재이다. 이 상상력이 결국 우리가 실천해야 할 이유이다.

 

나는 이 경이로운 아름다움을 직접 마주하고 싶다. 내가 아바타라는 영화를 굉장히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영화 속 그 곳이 너무나 아름다워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순수했던 상태의 자연은 우리가 영상 그래픽을 보며 아름다워하는 그것보다 훨씬 더 아름답지 않을까. 과거 내가 백두산 천지를 처음 마주했을 때 느꼈던 그 감정보다 몇 배는 더 감동적이지 않을까.

 

고래를 사랑하는 이들.

아름다운 자연을 사랑하는 이들.

그리고 우리가 사는 세상을 보다 아름답게 만들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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